사무자동화산업기사 최종합격 수기

2009. 11. 30. 16:52끄적끄적


오피스 과목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생각했다.
이틀을 남겨두고 책을 폈다가 깜짝 놀랬다. 만만치 않은 내용이었다.
시험은 봐야했고 합격은 해야했다.

교재는 영진닷컴 2009 지존 사무자동화산업기사 실기기본서를 봤다.
영진닷컴 교재들.. 솔직히 매우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다.
(오탈자가 종종 등장해서 매우 혼란스럽게 한다. 단계와 단계 사이가 생략된 부분도 있었다.)
길벗사의 시나공 시리즈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볼만한 책이 없었고
아무 이유없이 시나공은 정이 안갔을 뿐. 역시나 별 이유 없이 영진닷컴 책을 주문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부담없는 두께.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했다.

동영상강의를 듣거나 학원을 다니는 분들도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상술에 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책만 따라해도 붙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검색엔진에 합격수기들을 찾아보시라-)

어쨌든..

하루는 스프레드시트(엑셀)을 따라해보고
하루는 데이터베이스(액세스)와 프리젠테이션(파워포인트)을 따라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지만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다 풀어볼 수는 없었고
문제마다 중복되는 부분을 체크해서 그것만 이해했다.


시험은.. 당황스러웠다.

프리젠테이션
어디서 본 문제다. 기출문제랑 완전히 똑같이 나왔다. 공부할 때 다른 과목이 생각보다 막막해서 프리젠테이션은 딱 10분 봤었다. 어느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 정도만 훑어보고 갔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나눠주는 예제와 똑같이 그리기만 하면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메뉴를 하나하나 뒤져가며 똑같이 그려서 냈다. 시험을 보면서 공부를 한 기분이었다.

스프레드시트
1차 작업인 표 부분에 내가 모르는 함수가 출제되었다. 2차 작업인 그래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1차 작업에서 실수하면 2차 작업은 아무리 잘해도 오답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작업으로 셀의 값을 일일이 계산했다. 답은 알아냈으니 이제 요구하는 식을 도출해내야 한다. 문제가 원하는 간단한 함수식이 아닌 전혀 다른 내맘대로 함수식을 엄청 복잡하게 만들어서 제출했다. 점수 안주면 어쩔 수 없고, 사람 좋은 채점관이라면 이 정도 정성에 감동해서 점수를 조금이라도 주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보통 스프레드시트에 30분을 책정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데이터베이스
기출문제에 나오지 않았던 전혀 생소한 문제가 출제됐다. SQL문을 출력하라는데 이건 처음 보는 문제다. 문제 자체가 이해가 되지를 않아 어디에 쓰인 SQL문을 얘기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 몇가지 SQL문 중에서 그럴싸한 놈을 하나 골라서 그럴싸하게 수동으로 적어냈다. 물론 자동으로 출력하라는 문제였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부분 점수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엑셀에서 함수식을 만들어내느라 데이터베이스 과목에 투자할 시간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1차 작업을 완료하고나니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인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2차 작업인 보고서 문제가 남았다. 보통 보고서 하나만 해도 30분은 걸린다. 하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감독관이 15분 전이라고 공지를 한다. 휴. 포기하지 말자. 끝까지 하자.
어라? 기출문제랑 전혀 다른 보고서다. 기출문제들보다 훨씬 간단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답안을 저장하고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남은 시험시간은 1분이었다.

제출할 때 다른 사람들 답안을 살짝 훔쳐봤더니 SQL문을 적어낸 사람들이 없었다. 다들 기출문제랑 똑같이 냈다. 내가 1점이라도 더 받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마음이 평안해졌다.


2009년 11월 30일. 드디어 최종합격 발표일이다.
나는 합격할 거라고 웃으며 얘기하고 다녔지만 불안함이 컸다. 감히 이놈이 이런 식으로 채점관을 농락하다니!! 하며 실격처리라도 해버리지 않았을까.. 별 고민이 다 들었다.
조금 일찍 발표하지 않을까 해서 아침8시부터 합격발표 페이지를 계속 새로고침했지만..
정확하게 9시가 되어서야 제4회 정기기사 최종합격자 발표 링크가 보였다.

난 웬만해서는 긴장도 안하는 사람인데.. 정말 떨렸다.
학력 제한의 문턱에 걸려 이 나이에 드디어 응시한 첫 산업기사.
이놈을 합격해야 계획된 일정대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두근두근..



아.. 합격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 점수가 나왔는지 알 수가 없지만..
무려 90점이다.


다음 자격증은 이렇게 공부하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얻었고
모르는 문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채점관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