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 언젠가는

2008. 6. 30. 02:37Music

만나면 무작정 술에 쩔고 여자 얘기로 넋이 나간 철없는 사람들.
언제나 그렇듯 마무리는 노래방이다.

이미 몇몇은 술에 떡이 되서 일찌감치 소파에 찌그러져 죽어있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은 올라가지도 않는 고음을 내지르며 어딘가에다 대고 발악을 한다.

이 세상 어디에 가서 이렇게 해보겠니. 누가 우릴 알아주겠니.
그래 오늘 지금만이라도.. 주인공이 되라. 마음껏 내질러라.

그들이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나도 그들이 된다.

말달리자로 시작한 노래방은 어설픈 락발라드를 거치고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눈물겨운 발라드로 마무리된다.

대체 뭐가 이리 공허한걸까.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밤은 망가져버려야 한다고. 마시다 죽어버리자고. 끝을 봐야한다고.

집 잃고 떠돌다가 죽어가는 개처럼 길바닥에 널부러져 끙끙대는
이게 바로 우리가 꿈꾸던 그 '끝'인가.
그리고 결국 그 끝에 온 우리 안에는 뭐가 남았을까.
희망했던만큼.. 결코 개운하진 않았다.

야야 일어나 가자. 하나둘 정신을 차려갈때쯤.
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곡을, 나는 눌렀다.

 

이상은 - 언젠가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정신이 든 인간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하지만 난 자꾸만 시야가 흐려져서 그들에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노래는 끝났다.
노래방 기기는 시뻘건 글씨로 무섭게 '00분'이라고 적혀있다.
집에 가자..
뒤돌아서는 나는 울고 있었고
 그들도 울고 있었다.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모른다.
나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이 곡을 들으며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나도 혼자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소리없이 운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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