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파괴적이어야 하는가

2010. 6. 21. 23:10끄적끄적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아니 예술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반감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이며 일반적이며 일상적이며 보편적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善이 무엇이고 진리란 무엇이며 대체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정의했을 옛 누군가의 주장에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한다.
(이렇게 따져보면 예술과 철학은 통하는 면이 많다.)


기성의 단어들을 뒤틀다보면 결국 파괴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가끔 이것은 위험해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 사회질서에 대한 의문, 性역할에 대한 의문 등등 이러한 사회적 당위성에 대한 의문들은 그것이 이루어진 역사에 대한 도전이 되며 도전을 넘어 위협이 되기도 하고 이 위협은 역사를 넘어 서로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


정적(으로 보이는)인 기존의 것들에서 벗어나 동적(으로 보이는)인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노력은 마땅히 박수를 받을 만 하나, 꼭 그래야만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팔이 백 개인 사람을 그려놓고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표현했다고 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불협화음과 어색한 코드 진행을 연주하며 불쾌한 기분을 표현했다고 할 수도 있으며 5초짜리 영상을 한 시간 동안 반복해 보여주며 따분함을 표현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무엇이 예술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많은 예술철학 서적들은 동일한 답변을 한다.


나의 표현에 대해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 : 타인의 사고(思考)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同質)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


공감이란 개인적이 아닌 사회적인 것이며 이것은 많은 예술학도들의 철저히 개인적인 탐구와 그 방향이 분명하게 다르다.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작품은 사실 예술적인 가치부여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제 아무리 위대한 표현을 했다고 해도 타인이 그것에 공감하지 못하면 단지 자기 주장에 불과할 뿐이며 어쩌면 차라리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인터넷 명언이 있듯이 말이다.


또 하나.


신기하게도 기존 가치에 대한 파괴는 일반적으로 그 색깔이 어두워지게 마련인데 덕분에 최근에는 밝은 작품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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